노풍의 학습효과..

"모든 유토피아는 환멸로 끝났다."
세계적인 세계체제론자인 이메뉴얼 월러스틴의 말이다. 그리고 덧붓인다. 이제, 다시.. 막연한 유토피아에 대한 구호로 대중을 현혹하는 대신, 비로소 진지하고 치열하게 그 유토피아의 정당성과 현실성에 대한 학문적 접근이 필요하다고..이 블로그 이름 유토피스틱스는 바로 유토피아와 학문을 의미하는 어근(tics)를 조합한 월러스틴의 신조어이다.

2002년 인터넷에서 발굴한 정치지도자 노무현은 월드컵의 광장에서 훈련되고 준비된 참여대중과 만나 청와대에 입성하는 기염을 토한다.그리고 어제(07.09.10), 희대의 사기꾼(통쾌하기까지한) 신정아와 청와대 정책실장(서열2위) 변양균이 내연관계에 있었고, 학력위조 폭로를 무마하려 외압을 행사하려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동국대 교수임용과 광주비엔날레 감독에 선임되는 과정에 개입했을거라는 의혹이 의혹만은 아닐것이라는 생각이 퍼지면서, 노무현정권 최대의 스캔들, 게이트이지 그나마 평가받던 도덕성에까지 무너지는 형국이다. APEC회의에서 부시에게 북핵문제가 해결되면 정전협정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겠다는 발언을 제차 요구하면서 자존심을 한껏 살리자 마자 일어난 일이다.  

노무현에게는 망신살이고 레임덕에 대한 우려일 이번 사태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노무현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노빠'라는 미련한 정치실험에 참여했다는 비난과 자괴감으로 내상을 입은, 수많은 대중들에게 다시한번 좌절을 선사한다. 그렇다. 노무현을 사랑하였건 미워하였건, 모든 진보주의자와 개혁주의자가 두려워할 사태가 바로 이 학습효과이다. 많은 진보학자들이 대중들의 보수화에 그가 결정적인 공헌을 하였다고 등을 돌리고 있는 이유이다.

대중들의 우양우를 걱정하며 발을 동동굴리는 사이, 그들의 발목을 잡고 실망하기엔 이르다며 호소하는 이가 출현했다. 윤리적 기업가정신과 글로벌한 경제관으로 제법 무장된 문국현이 개혁적인 네티즌들의 감성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대선출마 불과 2주만에 여론조사 3%대에, 손학규 정동영 등과 MB의 대항마 자리를 다투는 유의미한 실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노풍과 비교해 '문풍'이라 일컬어지며, 과연 2002년의 노풍과 같은 진로로 세력을 키우며 북상할지에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하고 있다. 적어도 온라인 상에서 연착륙(sotf landing)에 성공하고 문함대와 같은 헌신적인 지지자들의 결집이 가시화되고 있다. 2002년 대선과 월드컵을 통해 모든 정치인들의 로망이 된 바로 그 '넷심'을 문국현이 얻은 것이다. 

온라인 입소문마케팅 조사기관인 이야기로그는(대표이사 이해철, http://www.iyglog.com) 지난 3개월 간 블로그,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 작성된 대선후보들에 대한 네티즌들의 온라인 버즈를 분석한 결과.....문국현은 후보 출마를 선언하기 이전에는 범여권 주자간 상대적 온라인 버즈 점유율이 4%에도 미치치지 못했지만, 출마 선언 후 2주가 안되는 짧은 기간 동안 40%가 넘는 높은 점유율로 다른 범여권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고 발혔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무엇보다도 2002년의 감성적 선택이 결국은 실패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중요한 도전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작게는 문국현의 승패를 좌우하고, 크게는 한국사회의 역사적 진로를 가름할 이번 대선의 흥미로운 관전포인트가 도출된 셈이다. 단순히 가치와 비전의 설파로는 부족하다(이것도 어렵고 대단한 일이다). 희망의 좌절, 환멸의 쓴맛을 보았던 개혁적 대중들까지를 설득해야 한다. 아직은, 아무도 답을 모른다. 노무현 학습효과라는 버겨운 유산(지지층이 겹쳐 상속포기가 불가한)을 어떻게 극복하는가, 문국현의 리더쉽이 어떻게 발현되는가를 지켜볼 뿐이다.
이렇게 흥미로운 게임을 본적이 없다...빨간돼지..

by 빨간돼지 | 2007/09/11 10:39 | 대선과 정치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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